입대하기 전 1학년 1학기를 하고 휴학한 다음 공백의 시간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학교에서 C랑 Python을 배운 게 밋밋하단 생각이 들어 C++를 책을 보고 공부하였다. 하지만 코딩 공부는 하다 보면 금방 질려서 책만 잠깐 보고 끝났다. 나는 코딩을 하면 되게 멋진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단순하게 만들어 낼 줄 알았다.
그렇게 그냥 쉬다가 20-11군번으로 들어가기 전 컴활 공부를 하다가 들어갔다. 실기는 떨어졌는데 상근예비역이라 나와서 다시 따면 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운이 좋게 상근 복무를 할 수 있게 되어 저녁에는 집에서 자기개발을 하거나 쉴 수 있었다. 입대 전에 따고 싶은 자격증 리스트를 만들고 들어갔다. 훈련소를 다녀오고 시작한 자격증은 리눅스마스터1급이였다. 2급도 있었는데 어차피 따야 될 거 같으니 바로 1급을 따기로 결정했다. 이때 리눅스를 처음 접했는데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책을 반복해서 봤고 유튜브에서 가상 머신으로 리눅스 사용하는 방법을 따라 했다. 필기는 바로 땄지만 실기는 떨어져서 다음 시험에 봤다.
중요한 점은 내가 이때 리눅스를 공부하면서 IT시장이 어떤지 유튜브로 많이 접했고 커뮤니티들도 읽으면서 개발자나 IT직군에 취업하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 가를 느꼈다. 자격증을 공부할 때도 오픈카톡 같은 매체를 통해 이 자격증도 취업을 목적으로 따는 대졸생도 종종 봤다. 마냥 학부시절 학교공부만 하면 인생은 알아서 잘 흘러가겠지라는 생각은 사라졌고 이렇게 살아선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불안감도 생겨났다.
21년 5월 리눅스 시험에 떨어지고 ADsP자격증도 바로 보려했는데 공부했던 게 진이 빠져 포기했다. 대충 취업시장이 어떤지는 느꼈지만 프로그래밍도 어떤 언어를 공부해야 할지 IT직군도 범위가 넓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 남은 잉여 기간 수능공부를 다시 할까 생각도 했었다. 대충 고민만 하면서 대부분 유튜브에 IT직군 취업 고민 상담해주는 영상들이나 시청하면서 취업에 대한 걱정만 하고 노력을 실천하진 않았다. 영상에서도 나 같은 사람이 제일 문제라고 한다...
그렇게 7월에 어찌저찌 자바스크립트 책을 구매했는데 이것도 결국 잠깐 봤지만 금방 그만둬버리고 해킹 공부를 하면 어떨까 해서 해킹 공부 책을 샀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이건 하다가 그만둬버렸다. 참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는 내가 입대할 때 비슷한 시기에 코딩학원을 반년 정도 다녔다고 한다. 이 친구도 이쪽 업계로 취업을 할 건지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도 대충 보안학과를 다니고 있으니 나한테 같이 유니티로 게임 만드는 거 어떤지 제안하였다. 마침 나도 어떤 공부를 할지 고민 중이어서 OK했다. 무료 C#강의가 있어서 모두 며칠 동안 C#공부를 한 후에 같이 카페에 앉아 무엇을 만들지 구상을 했다. 하지만 서로가 유니티는 처음 만져 봤고 내 친구는 협업을 하려면 git부터 만져야 된다면서 github를 카페에서 5시간 동안 만졌다. 처음부터 친구랑 같이 프로젝트를 하려 했는데 막상 같이 하려니 아이디어 구상에 부담도 되고, 유니티도 배우지 않고 C#만 배운 거라 어려웠다.. 어떻게 이것도 막상 해보니 재미없어서 친구한테 안 하겠다고 했다. 이쯤 되면 코딩에 흥미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마저 목표한 자격증이 있어 자격증 공부를 했다. 코딩도 흥미없고 나중에 돈은 많이 벌고 싶고 뭘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IT쪽으로 취업은 하고 싶었다. 9월엔 자격증 공부와 대학교 논술공부를 했다. 수학을 잘하진 않지만 좋아하고 학벌욕심도 있었다. 시험 대략 100일 전 시작한 건데 이왕 할 거면 정말 열심히 해서 붙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기 위해 마인드를 이번에 시험 못 붙으면 인생 끝나 듯시피 했다. 결국 논술은 떨어졌지만 21년에 자격증을 4개 땄다.
12월에는 저번에 유니티하자던 친구가 로블록스로 하는 건 어떻냐 해서 이것도 결국 잠깐 만지다 그만뒀다. 크리스마스에는 뭘 할까 고민하다가 사설CTF를 해봤는데 포렌식이나 포너블 같은 어려운 문제는 못 풀었지만 크립토 문제 중 몇몇 문제만 복호화해주는 사이트에 복붙만 해줘도 되는 문제들을 풀어봤다. 이날 13시간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었다.
지겹지만 12월에는 자바를 공부했다. 이번에는 철새짓 하지 말고 제대로 파보자 마음을 먹었다. 책을 보면서 따라 하긴 했지만 역시 책 보고 하는 건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한창 개발자 커뮤니티 OKKY를 보는데 어떤 언어가 제일 효율적인가요 질문을 하는 글들을 많이 봤다. 결국 나에게 맞는 언어는 무엇일까 생각하며 자바도 그렇게 포기했다..........
올해 1월부턴 다시 C++부터 제대로 해보자하면서 예전에 휴학하고 공부했던 게 기억이 남아 공부했던 내용 중 클래스에 대한 부분만 다시 보고 STL공부부터 했다. 이것도 책 펴서 코드 따라 적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코딩 공부를 한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어떤 글이 떠올라 내팽개치고 남은 자격증 시험이 하나 남아서 그 공부를 했다.
2월에는 내가 목표했던 마지막 자격증이 하나 남아있었다. ADsP였는데 이건 자격증 통틀어 제일 재미없었고 통계 데이터분석 자격증이라 공부하면서 제일 현타 오는 자격증이었다. 그렇게 군 복무 동안 목표한 자격증 5개는 취득했다. 내가 딴 자격증은 ADsP, 정보처리기능사, 네트워크관리사2급, 리눅스마스터1급, 컴퓨터활용능력1급이다.
인터넷 글들을 보면 몇몇 자격증은 취업 때 취급도 안해준다는 것도 알고 있고 컴활같은 경우는 개발자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자격증으로 알고 있다. 굳이 따지 않아도 될 자격증들이지만 입대 전에 목표했던 자격증이기도 했고 막상 따면서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자격증 공부하면서 이거 공부할 시간에 프로그래밍 공부에 더 시간을 투자했으면 어떨까 많은 생각들을 했지만 목표로 한 것이니 공부했다.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그 분야에 최고라고 판명하긴 어렵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도 자격증 공부로 얻은 것은 그 분야의 이론을 들으면 "아~그거, 대충 알 것 같아" 정도이다.
내가 코딩을 왜 이렇게 안 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프로그래밍 자체를 너무 취업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까 만약 작은 프로젝트를 한다면 "아 이거 나중에 취업에 도움될까? 너무 하찮은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해보지도 않고 흥미가 떨어진 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책으로 공부할 땐 재미없는데 가끔 문제 풀 때는 재밌긴 하다. 집에 오면 시간이 많이 안 남아서 하다 말다 많이 끊겨서 제대로 안 한 걸 수도.. 언어 공부는 너무 뒤죽박죽 얇게 공부해서 안 한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군 복무 중 엄청 재밌게 공부했던 건 리눅스인 거 같다.
자격증 이후 전역전까진 코딩공부랄 것을 하지 않았다. 논술 때 생긴 학벌 욕심이 아직 남아 편입을 하기로 다짐해서 대학수학과 공인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코딩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개발자는 학력 필요 없다는 글이랑 영상 같은 게 거슬리긴 하는데 아무래도 고학력일수록 주변환경도 더 좋기도 하고 내가 능력이 없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남아있다. 그래도 프로그래밍이나 학부공부, 편입공부와 투 트랙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다만, 복학 전 프로그래밍 공부는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입대 전 제자리로 온 거 같다.
나중에 내가 글을 읽으면 군 복무동안 공부만 한 걸로 착각할 거 같은데 짬나는 시간에 자기개발(취업)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떤 시행착오에 부딪혔는지만 적은 것이다.